주말에 뭐하지

당신의 삶은 진짜인가요?

작고 조용한 섬마을에서 소박한 삶을 꾸리며 살아가는 한 남자,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 버뱅크. 어느 날, 길을 걷던 그의 앞에 촬영용 조명이 툭, 떨어집니다. 이게 도대체 뭔가 싶어 이곳저곳을 살피니, 그제야 무심코 지나쳤던 수상쩍은 광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운전 중 라디오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하는 소리를 듣게 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다는 말에 아내와 주변 사람들은 조금 과하다시피 만류하는 데다, 일상의 굴레에서 어긋난 행동을 할 때마다 불가항력에 의해 제지당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지난 첫사랑이 했던 말을 떠올리죠. “모든 것은 가짜야, 여기서 나와서 날 찾아!” 이내 그는 불편한 진실을 깨닫고 맙니다. 여태껏 살아온 자신의 삶이, 모두 대중을 위한 연극에 불과했다는 것을요.

10,909일째 생방송 중계, 내 인생은 한낱 버라이어티 쇼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연출이자, 친구와 직장 동료, 심지어 아내까지도 배우라는 걸 깨닫게 된 트루먼은 좌절과 혼란에 빠집니다. 소중히 여겨온 자신의 인생이 모두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 가짜로 꾸며진 것이었으니까요. 이러한 트루먼의 모습은 220개국 17억 인구에게, 5천 대의 카메라로 빠짐없이 중계되고 있었습니다. 트루먼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려 10,909일을 말이죠. 관객이자 대중은 바깥세상에서 진짜 삶을 사는 동시에, 트루먼의 인생을 한낱 리얼 버라이어티 쇼로 소비하고 있던 것이죠.

하지만 트루먼은 이내 지난 첫사랑, 실비아의 말을 동력 삼아 진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떠납니다. 트루먼은 지금껏 살아온 곳이 어딘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멀리 떠나야만 실제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 강제로 바다에서 아버지를 잃은 깊은 트라우마가 있던 트루먼은 두려움과 함께 배에 몸을 싣고, 망망대해 같은 바다로 떠납니다. 연극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배우를 제지하는 전지전능한 신, 감독의 갖은 방해에 맞서 싸우며 말이죠.

무대가 아닌 현실에서, 배우가 아닌 진정한 ‘나’로

영화 <트루먼 쇼>는 개봉한 지 20년이 훌쩍 지난 옛 영화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이에게 교훈을 주는 명작이기도 합니다. 가벼워 보이는 일상으로부터 인간의 실존주의에 대한 철학을 조명하는 동시에, 관음이 넘쳐나는 이 시대의 인간상을 반성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죠. 또 영상 콘텐츠가 대두하는 현대 사회에는 자신의 일상을 직접 촬영하며 제2의 트루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는데요. 과연 이 혼란스러운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 진실한 인간으로서 오롯이 살아갈 방법은 무엇일까요? 영화 <트루먼 쇼>로 던지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타인의 삶을 소비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시시때때로 펼쳐지는, 타인의 삶을 보여주는 수많은 콘텐츠. 일상을 샅샅이 보여주는 브이로그부터, 몇 문장과 사진으로 상황과 감정을 나타내는 SNS까지. 이러한 것을 골몰히 보고 있노라면, 나와 다른 타인은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삶을 꾸려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일상의 자극제와 영감이 되는 순기능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도리어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일상과 다르다는 이유에서 괴리감을 느끼거나,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자기검열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혹은, 자신의 신념과 잣대를 타인을 통해서만 얻으려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어떤 삶을 꾸려야 내 삶의 풍요로워질지는 늘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삶에 대한 소비는 적당히, 무턱대고 타인을 삶의 지표로 삼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삶의 어느 무대에서
배우였던 적이 있나요?

영화 <트루먼 쇼>에서 주인공 트루먼의 입장을 생각해보았을 때, 그의 삶이 가짜라는 것만큼 마음 아픈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를 둘러싼 모든 이들이 전부 연기를 하는 배우였다는 것이죠. 평생의 사랑을 약속하고 함께해온 아내도, 어릴 적부터 모든 시절을 공유했던 죽마고우도 모두 감독의 지휘 아래 움직여왔습니다. 그리고 현실 속, 나의 생을 한번 돌이켜봅시다. 나 자신 또한 누군가의 배우 역할을 자처한 적은 없나요? 진실한 마음보단 거짓에, 상대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연기를 펼치는 것처럼 말이죠. 삶에서의 따뜻한 기억을 떠올렸을 때, 진심만큼 큰 울림은 없습니다. 여운 가득한 이야기로 인생을 꾸리고 싶다면, 나부터 상대에게 진실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당신의 삶은 연극인가요,
진짜인가요?

틀에 박힌 일상 속에 고전하다 보면, 지금 살고 있는 삶이 옳은 것인지 회의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과와 사람, 말과 행동을 하며 나날이 같은 연기를 거듭하는 배우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죠. 안정된 가짜 삶을 살기보다, 두렵더라도 진짜 삶을 살기 위해 먼 여정을 택한 트루먼의 모습이 어떻게 느껴졌나요? 사람은 주체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여야만 원하는 대로 삶을 그려갈 수 있죠.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고민하고 있다면, 보다 내 진실한 마음에 힘을 써 보세요. 분명 나 자신은 어떻게 진짜 삶을 살 수 있는지 해답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트루먼 쇼 주연의 해방, 앞으로 펼쳐질 그의 인생은?

트루먼은 10,909일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대스타였지만, 정작 그는 그 사랑을 알 길이 없었습니다. 도리어 진짜 사랑이라고 믿었던 삶의 순간이 모두 가짜인 걸 알아챘을 때, 그 상실감과 허망함은 엄청났을 테지요. 하지만 유일하게 그의 삶을 귀하게 여겼던 첫사랑, 실비아를 통해 결국 트루먼은 용기를 얻고 고향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크나큰 세상 속 유일한 존재를 진실로 바라보는 것만큼, 위대한 사랑은 없습니다. 그 사랑이 결국 멈춰있던 트루먼의 진짜 삶을 움직이게 했으니까요. <트루먼 쇼>의 유일한 주연이었던 그의 인사가, 생을 사는 모든 이에게 진실한 안녕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인사하죠.
Good Afternoon,
Good Evening,
Good Night.

영화트루먼 쇼는?

  • 개 요

    코미디, 드라마, SF | 미국 | 103분 | 1998.10.24 개봉

  • 출 연

    짐 캐리 (트루먼 버뱅크)

  • 등 급

    12세 관람가

작은 섬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30세 보험회사원 트루먼 버뱅크. 지난 30년간 일상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이, 어딘가 수상하다고 느낀 그는 모든 것이 ‘쇼’라는 말을 남기고 첫사랑을 찾아 떠나는데...

*영화 사진 출처 : Paramount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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