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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다면, 이제 몸을 챙겨야 할 때

문요한 <‘이제 몸을 챙깁니다’ 저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자살예방 협회에서 일하는 상담가들과 ‘치유걷기’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의 일입니다. 프로그램 중간에는 ‘아픈 몸과 대화하기’ 시간이 있습니다. 자신의 아픈 몸의 부위를 의인화시켜 몸과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입니다. 사람들은 불편한 반응을 보입니다. ‘무슨 몸과 대화를 해?’ ‘왜 이상한 것을 시켜!’ 몸과 대화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막상 소감을 나눌 때면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날 한 상담가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예전부터 무릎의 통증이 이어졌지만 병원 한 번 찾지 않은 그녀에게 무릎은 오랫동안 참고 있었던 서러움을 토해냈습니다. ‘왜 다른 사람의 고통은 잘 들어주면서 내 고통은 모른 척 해!’ 무릎의 하소연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녀는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몸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했습니다.

몸이 깨어나면 삶이 깨어납니다

몸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정작 사람들은 자신의 몸의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남에게 비추어지는 몸에 신경 쓰느라 몸을 괴롭히거나 자신의 목표추구를 위해 몸을 혹사시킵니다. 배가 부른데도 음식을 계속 먹고, 졸리는데도 억지로 잠을 안자고, 몸은 아프다고 하는데도 심한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하고, 몸의 감각을 통해 감정을 지각하지 못합니다. 몸과 마음이 단절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는 심신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럼, 어떻게 몸과 마음을 연결시킬 수 있을까요? 아주 간단합니다. 내가 어떤 자세로 앉아 있는 지, 얼마나 목이 마른지, 몸 어디에 불필요한 긴장이 쌓여 있는 지, 지금 배가 얼마나 고픈지, 상대와 함께 있는 동안 내 몸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등 몸의 감각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순간순간 몸에 따뜻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바디풀니스(bodyfulness), 즉 ‘몸챙김’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몸챙김은 건강을 챙기는 것을 넘어 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서 ‘따뜻한 주의’라는 말은 몸을 자신의 성공이나 과시의 도구로 삼지 않고 삶의 동반자로 존중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몸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면 좋은 자세와 움직임, 몸에 맞는 생활습관은 저절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몸의 감각이 깨어나면 우리는 현재의 경험에 보다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감정과 생각은 우리의 마음을 끊임없이 과거와 미래로 끌고 가지만 감각은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몸이 깨어나면 삶이 깨어납니다. 즉, 몸챙김이 곧 마음챙김이며 이는 삶챙김으로 이어집니다.

일상에서 몸을 챙기는 몇 가지 방법

몸에 따뜻한 주의를 기울이기. 이는 너무 간단한 말이지만 실제 일상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몸을 느끼지 않고 사는 것이 오랜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철학자 페터 슬로터타이크는 인간을 ‘연습하는 생명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한꺼번에 바뀌기를 기대하지 말고 조금씩 일상에서 몸에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다시 연결됩니다. 그럼 어떻게 일상의 몸챙김을 실천하는 게 좋을까요?

호흡, 1분 간 호흡수 측정하기

혹시 자신이 1분에 호흡을 몇 회 정도 할 것 같나요? 스톱워치를 켜서 실제 호흡수를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몇 회 정도 나왔나요? 성인의 1분 호흡수는 평균 16회~20회 사이입니다. 그러나 방금 당신이 잰 횟수는 이보다 적습니다. 자신의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호흡은 깊어지고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호흡이 느려지면 심신은 이완됩니다. 몸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몸과 마음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렇게 호흡을 느껴보는 것은 몸챙김의 가장 기본 훈련입니다. 어떠한 규칙도 없이 그냥 숨이 드나드는 것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1분 동안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껴보세요. 코끝이나 콧구멍, 쇄골이나 어깨, 갈비뼈, 복부 등 호흡이 가장 잘 느껴지는 부위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이완, 귀와 어깨의 거리가 멀어지도록

심신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가장 많이 쌓이는 곳은 어깨와 목입니다. 현대인들은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긴장상태로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우리 몸은 이완을 잃어버리고 점점 굳어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몸의 불필요한 긴장이 쌓여 있는 곳을 찾아 이를 풀어내야 합니다. 이완을 위한 좋은 포인트는 귀와 어깨의 거리입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귀와 어깨의 거리가 짧아지고 어깨가 부드러워지면 귀와 어깨의 거리는 멀어집니다. 지금, 어깨와 귀의 거리를 느껴보세요. 어떤가요? 자, 이제 길게 숨을 내쉬면서 어깨에 힘을 빼 봅니다. 귀와 어깨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나요? 이때 마음속으로 ‘부드러운 어깨!’라고 속삭여준다면 더욱 좋습니다. 일상에서 종종 내 몸의 어디에 불필요한 긴장이 있는 지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 습관적 긴장을 놓아보세요.

운동을 잘 하지 않는다면, 의식적인 일상 활동

운동을 잘 하지 않는다면 하기 싫은 운동을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일상생활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보통 사람들은 하루에 운동으로 소모되는 열량은 5%에 불과하고 15%를 일상 활동으로 소모합니다. 그렇기에 일상적인 움직임을 보다 의식적이고 능동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습관적인 움직임을 의식적인 움직임으로 바꾸기만 해도 운동효과가 커집니다. 예를 들어 앉아 있을 때에도 손발을 꼼지락거리고, 한 번씩 의자를 붙잡지 말고 꼿꼿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TV나 스마트 기기를 볼 때 한 번씩 바른 자세를 취해보고, 통화를 할 때에도 앉아서 하기 보다는 일어서서 통화를 해봅니다. 청소 등 집안일을 할 때, 그리고 출퇴근길에 관절과 근육의 움직임을 느껴보는 것이 모두 몸챙김이 됩니다. 특히, 걷기는 몸의 감각을 깨우고 운동효과를 배가시키는 중요한 일상 활동입니다. 몸챙김을 위해 하루에 100보 정도씩 발바닥과 땅의 접촉 그리고 무릎, 고관절, 그리고 어깨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며 걸어보세요. 한 발 한 발 땅에 닿는 발바닥을 느끼며 오른 발에 ‘지금’, 왼 발에 ‘여기’라고 이야기하며 백보만 걸어보세요.

먹기, 내 몸에 맞는 음식찾기

몸의 감각이 깨어나면 혀가 아니라 내 몸이 좋아하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가려내는 힘이 생겨납니다. 우리는 혀로만 맛을 느낀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몸으로도 맛을 느낍니다. 어떤 음식은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고, 몸이 무겁고, 입안이 텁텁한 음식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어떤 음식은 개운하고, 편안하고, 활기를 주는 음식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몸으로 느끼는 맛입니다. 내 몸에 맞는 음식은 내 몸을 통해 스스로 찾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음식을 5단계로 나눠보면 좋습니다. 자신의 몸을 가장 힘들게 하는 5단계부터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1단계까지 음식을 분류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1단계 쪽 음식의 비율을 늘려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식사를 천천히 하고 음식을 먹고 난 뒤에 가만히 몸의 감각에 주목해서 뒷맛을 느끼는 것입니다.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물을 2리터 가량 마시는 데 이는 적정량이 될 수 없습니다. 활동량, 계절, 나이 대에 따라 적정 수분섭취량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마름을 잘 느끼면서 목마를 때마다 물을 마셔주면 됩니다. 혹은 소변의 색깔을 보고 수분섭취량을 조절하는 게 좋습니다. 소변의 색깔이 샛노랗다면 수분 부족이고, 너무 맑다면 수분을 줄여야 합니다.

수면, 잠자리에서는 생각이 아니라 바디스캔

수면은 양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숙면을 위한 수면습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정한 시간에 깨어나고, 졸릴 때 눕기’입니다. 잠은 의지로 잘 수 없으며, 적정 수면시간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자신에게 맞는 수면시간을 알려면 일정시간에 일어나야 합니다. 만약 7시에 일어났는데 12시 경에 반복적으로 졸린다면 당신의 적정수면시간은 약 7시간입니다. 다만 그날그날 다르기에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눕지 말고 졸릴 때 잠자리에 눕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누워서는 생각 대신에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숙면을 취하는 데 좋습니다. 몸을 부위별로 나누어 차례차례 신체감각을 느껴보는 것을 바디스캔이라고 합니다. 누워서 몸 뒤쪽의 좌우 접촉면을 비교해보고 이어 발바닥, 장단지, 허벅지, 복부, 흉곽, 어깨, 양 팔, 얼굴 등 위로 올라오면서 몸의 감각을 느껴봅니다. 부위 별로 근육에 힘을 주었다가 빼도 좋고, 각 부위에 숨구멍이 있어 그 부위를 통해 숨이 드나든다고 느껴도 좋습니다.

몸을 통해 마음을 돌봅니다

불이 났을 때는 불부터 꺼야 합니다. 왜 불이 났는지는 불을 끄고 난 뒤에 살필 문제입니다. 마음의 불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마음의 고통을 가라앉힌 다음에 차근차근 생각해볼 일입니다. 그렇다면 마음의 고통에 대한 응급조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는 몸을 통해 하는 것이 좋습니다. 쉽고 빠르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하고 감정이 요동칠 때 다음 두 가지만 따라 해보시길 바랍니다.

2분간 바로 앉아보세요

마음이 힘들 때 좋은 생각을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자세를 바로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기에 자세가 안정되면 마음도 안정됩니다. 2분 동안 등받이에서 등을 떼어 양 발바닥을 땅에 대고 척추와 어깨를 펴서 수직의 자세를 취한 후 호흡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안티스트레스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늘려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몸의 감각에 이름을 붙여줍니다

감정은 늘 감각과 같이 움직입니다. 그렇기에 감정이 불안정해지면 몸의 신체감각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난다면 얼굴에 열감이 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심장박동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감정을 참으려고 애쓰기보다 자신의 감각변화에 주의를 기울여 그대로 이야기해보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열감이 느껴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심박동이 빨라지고 있어.’라고 말이지요. 이름을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이성 뇌와 감정 뇌는 연결되어 감정을 완화시켜 줍니다.

몸은 삶의 주춧돌입니다. 몸이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집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듭니다. 지금 몸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몸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몸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몸을 존중하고 몸을 느끼고 몸을 돌볼 수 있다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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