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솔직, 서툼… 현대인의 ‘미덕’ 갖춘 B급
EBS 사상 첫 연습생 캐릭터로 등장한 펭귄, ‘펭수’가 존칭을 생략하고 거침없이 회사 대표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에 사람들은 묘한 희열감을 느낍니다.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라는 한 배달사 광고에 사람들은 무릎을 치며 치킨을 시키고요. 선을 넘나드는 언어유희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튜버의 동영상은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조회 수를 기록합니다.
©Youtube 자이언트 펭TV©배달의민족
어쩌면 B급 감성을 향한 열광은, 일상의 괴로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B급이라는 명목하에 탄생한 콘텐츠는 고개 숙여야만 하는 계급 사회에서 대신 속 시원한 말을 퍼부어주고, 사회에서 추구하는 미(美)의 기준을 뒤엎기도 하며, 살면서 할 수 없는 솔직한 언행을 과감하게 보여주니까요. 조금 모자라고 부족해 보여도, 혹은 다소 평범해도 말하고 싶은 바를 명확하게 표현해내는 B급. 나 자신을 투영해보아도 묘한 통쾌함이 느껴지고, 힘든 처지를 낙관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직장, 돈, 연애, 육아, 아름다움… 수많은 강박에 사로잡혀 사는 현대인은 소소한 일탈을 꿈꿉니다. B급 감성은 평범함을 도리어 강점을 내세우며 조금 센 솔직함과 어설픈 모습을 과감히 드러내며, 우리네 일상과도 닿아있는 지점을 되새기는 동시에 고됨을 잊을 수 있는 웃음을 선사하죠.
‘B급’에 숨겨진 미덕은, 아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위로 한마디일지도 모르겠습니다."그럴싸하지 않아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