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비철학

돈보다 행복을 따라간다면

김소우 파티시에 <베이킹 클래스 스튜디오 대표>

10평짜리 작은 디저트 카페에서 1000만원을 기부했다고 하니, ‘돈을 얼마나 벌었길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더 나아가 ‘그렇게 돈이 많으면 나한테 기부를 해라’, ‘돈 좀 빌려줄 수 있냐’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과연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기부를 한 것일까?

김소우 파티시에의

한 줄 소비철학

돈을 ?기 전에 행복을 선물하자

나만의 소비철학을 갖기까지

대학교 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초콜렛과 빵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베이커리 전문점을 꿈꿨었다. 이후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신사업창업사관학교를 다니면서 매일같이 건물 문이 닫히는 밤 10시까지 홀로 남아 창업을 준비했다. 그 결과 교육 우수자로 뽑혀 창업 지원금 2500만원을 받았다. 덕분에 이십 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프랑스 전통 디저트인 에클레어 전문 카페 ‘유아시스’를 열게 되었다.

유아시스(UASIS)라는 이름은 ‘당신의 오아시스가 되어줄게요’ 라는 뜻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질병을 앓는 아프리카 오지 아이들을 위해, 판매금액의 일부를 우물 짓기 사업에 기부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또한 디저트를 구매하는 손님들에게 ‘맛있는 빵도 먹고, 좋은 일도 해서 뿌듯하다’라는 가치를 선물하고 싶었다.

추천 하나. 기부는 돈이 많아서 하는 게 아니다

난 사실 착한 사람도, 이타적인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우연히 TV에서 기부 모금 광고를 보게 되었다. 아프리카 오지에 있는 아이들이 홀쭉한 배를 내놓고 숨을 헐떡거리는 모습, 더러운 흙탕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그 물을 마시면서도 헤헤 하며 웃는 모습이 영상에 담겨 있었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실제로 기부 모금에 참여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식당에서 밥을 남기거나 친구가 건네는 물을 마다할 때마다 TV 속 아프리카 아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이들에게 죄책감일지도 모를 미안함과 함께 내가 먹는 밥, 내가 마시는 깨끗한 물을 직접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처음에는 먼저 가까운 보육원에 간식이나 생활용품 등을 기부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또한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정기후원을 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카페 운영을 하는 2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판매금액의 일부 50만원을 저축했다. 그렇게 모은 1천만원을 드디어 올해,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우물 짓기 사업에 기부할 수 있었다. 꾸준히 모은 덕분에 기부가 가능했던 것이지 돈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돈 많이 벌면 나중에 기부해야지’라는 마음을 먹었더라도, 나중이 되면 아깝게 느껴지는 것이 돈이다. 행여 나 또한 모인 돈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까봐, 2년 간 모은 돈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바로 기부했다.

추천 둘. 배움에 투자하는 돈은 큰 기회로 돌아와

나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돈을 많이 버니까 돈 아까운줄 모르지’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난 술자리를 즐기지 않으며, 20대 중반인 내 또래 친구들에 비해 옷이나 가방, 구두를 잘 사지 않는 편이다. 내겐 긴 바지가 딱 2벌이 있는데, 6년 전에 아르바이트를 위해 샀던 바지이다. 거의 흰 와이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는 일만 해 와서 그런지, 다른 옷도 1년에 한 번 살까 말까 할 정도다.

대신 그 돈은 내가 뭔가 배우고자 할 때 아끼지 않고 사용한다. 디저트 클래스를 듣는다던지, 디저트를 예쁘게 찍기 위한 사진 클래스를 듣는다던지, 자격증을 따기 위한 수업을 듣는다던지 말이다. 이에 쏟는 모든 돈의 결과는 정말 매력적으로 돌아온다. 자격증이 없었을 때는 들어오지 않던 기회가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는 주어졌다. 디저트 공부를 하며 예쁜 사진을 찍어 SNS에 꾸준히 올리다보니 전문서적을 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조금만 흥미가 생기면 무조건 배우러 가는 습관은 창의적인 능력을 키워주었다.

추천 셋. 당장의 이익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

카페를 운영하던 시절, 모든 음료 레시피는 직접 만들었다. 음료의 단가 또한 고려해야하는 부분이지만, 1순위로 고려했던 것은 ‘진한 맛’과 ‘재료의 질’이었다. 나는 새로운 카페가 생길 때마다 방문하는 편인데, 초콜릿 라떼에서 시중에 파는 초코우유보다도 연한 맛이 난다거나, 생과일주스에서 물맛이 많이 난다거나 할 때마다 이곳은 다시 오지 말자고, 나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곤 했었다.

디저트도 마찬가지다. 내 매장에 유명한 파티시에나 디저트만 몇 년 동안 맛보러 다닌 사람이 오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가 온다는 생각으로 재료를 준비했다. 모든 가게들이 좋은 재료를 쓰는 건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입맛이 점점 고급화 되어 좋은 재료만 고집하는 가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나 또한 단가가 비싸 남는 것이 별로 없을 지라도 좋은 재료로 진한 맛을 제공해왔다. 장기전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소비자들이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곳 저 곳을 다니다 보면 결국 진심을 다 한 곳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것을 3년간 카페를 운영하며 현장에서 경험했다.

김소우 파티시에는?

베이킹 클래스 스튜디오인 ‘유아시스(UASIS)’의 대표이자 파티시에. 유아시스 디저트 카페를 3년간 운영하다가 현재는 매장 영업을 종료하고, 같은 이름의 베이킹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해외 및 대학 출강, 디저트 카페 컨설팅, 디저트 도서 ‘머랭쿠키’ 발간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월의 담 [살림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