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비철학

반려동물의 아픔에서 시작된 마음

박종무 수의사

동물병원 수의사로 일하다보니 동네에 있는 개와 고양이를 자주 만난다. 주로 아픈 반려동물을 만나지만 어느 날에는 아침 출근길 동물병원 앞에 감자박스에 넣어진 채로 버려진 늙은 개를 만날 때도 있고, 사람이 장난으로 뜨거운 물을 끼얹어 피부가 상한 고양이를 만나기도 한다. 이뿐 아니다. 대소변 못 가린다고, 너무 짖는다고, 심한 피부병에 걸려 냄새난다고, 또 그 밖에 다양한 이유로 버려지는 강아지를 숱하게 만난다.

박종무 수의사의

한 줄 소비철학

생활자와 여행자 사이 그 어디쯤

나만의 소비철학을 갖기까지

이럴 거면 아예 키우지를 말지! 반려동물의 아픔에서 비롯된 측은한 마음은 사람들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다양한 생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더 나아가 인간에 의해 멸종의 위기에 처한 생명들과 지구 환경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그리고 모든 생명은 서로 의존하고 돕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태적 지혜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 인간의 소비는 지구 생태계에 깊고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동물을 소비하는 경우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나는 주로 동물 소비와 관련하여 민감하고, 때론 분노하며, 다른 사람들과 지혜로운 소비 철학을 공유하고자 노력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

추천 하나. 끝까지 책임질 줄 아는 자세

우리 집에서 키우고 있는 동물은 고양이 세 마리, 개 한 마리, 기니피그 한 마리다. 고양이 한 마리와 기니피그는 분양을 받았지만 나머지는 모두 버려진 동물과 길에서 구조한 동물들이다. 기니피그는 최근에 둘째 딸이 졸라서 키우기 시작했다. 기니피그를 키우는 일이 이럴 줄 몰랐는데 야채만 먹는데도 쑥쑥 자라더니, 먹고 배설하는 양이 늘어나 집안에 냄새가 심해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입양한 지 16년쯤 된 고양이는 두어 차례 힘든 고비가 있었지만 잘 이겨냈고, 버려진 후 우리 집으로 오게 된 지 13년쯤 된 반려견은 간질이 있지만 약으로 버티며 일상의 삶을 살아간다. 다만 고양이와 기니피그의 관계가 불안해 서로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데, 점점 냄새가 심해지는 기니피그를 행복하게 키우려면 어찌 해야 하는지가 숙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추천 둘. 유기동물을 입양한다는 것

‘천만 반려인 시대’라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지만 그에 비례하여 버려지는 유기동물도 증가한다. 2018년 한 해에만 10만 마리에 달하는 유기동물이 발생했다. 보호자의 변심, 반려동물의 노령화와 그에 따른 질병의 발생, 결혼이나 아이의 출산 또는 이사와 같은 환경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반려동물은 버려진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들어간 후 10일이 지날 때까지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한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할 때 꼭 애견센터에서 어린 동물만을 구입할 것이 아니라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강아지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애견센터라는 곳에서 파는 강아지들은 대부분 ‘강아지 공장(Puppy mill)’이라는 곳에서 생산된 강아지들이다. 그곳에서 어미 개들은 좁은 곳에 갇힌 채 발정이 날 때마다 새끼를 갖고 결국은 4~5년 만에 건강이 악화되어 새끼를 낳을 수 없게 되면 도태된다. 동물 학대의 현장이다. 이러한 곳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소비자가 그런 곳에서 생산된 강아지를 구입하지 않는 것이다. 국내의 여러 동물보호단체에는 입양을 기다리는 많은 유기견들이 있다.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하면 유기견을 입양하는 방법을 친절히 안내해준다.

추천 셋. 어느 날부터 고기를 먹지 않은 이유

더운 여름날에는 치맥이 생각난다. 또 가족과 외식을 할 때에는 삼겹살집이나 갈비집을 쉽게 찾는다. 과거에는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가축들의 사육 환경과 또 지구적 규모의 축산으로 인하여 지구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10여 년 전부터 육식을 하지 않고 있다. 아이는 이런 아빠를 두고 ‘편식쟁이’라고 말한다.

현재 외국에서 수입되는 축산물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에서 사육되는 가축들도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된 옥수수나 대두로 사육된다. 옥수수와 대두는 거대한 영농장비를 이용해 비료, 제초제, 살충제를 바탕으로 재배된다. 이들 화학물질들이 토양에 축적됨으로 인하여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1,500만 에이커의 토지가 사막화로 소실되고 있다. 또 2019년 UN은 지나친 가축 사육으로 인해 지구 생물 중 50만~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고했다.

내가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전 세계적으로 파괴되고 있는 생태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고기를 덜 먹는 만큼 환경이 덜 파괴되겠지 라는 생각을 한다. 또 우리 아이가 나중에 커서 아빠가 왜 어느 날부터 고기를 먹지 않았을까를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을 한다.

대신 몇 년 전부터 아침에는 당근과 사과를 갈아 마시고 있다. 이 당근은 제주의 유기농 농가로부터 주기적으로 배달받는다. 아침에 신선한 야채과일 주스는 잠이 덜 깬 몸과 정신을 산뜻하게 해준다. 나의 식습관이 생태계 보호에 미약한 도움이 되지만, 나의 건강을 위해서는 적지 않는 보탬이 된다. 현대병이라고 불리는 고혈압, 당뇨, 암과 같은 질병들이 과다한 육식과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는 많은 연구들이 있다. 그래서 다른 곳의 지출을 조금 줄이더라도 되도록 국내에서 생산된 신선한 먹거리를 소비하려고 노력한다.

박종무 수의사

박종무 수의사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20여 년 동안 작은 동물병원을 하면서 아픈 동물들을 치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글쓰기와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살아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와 공저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 동물사랑교과서 ‘동물, 아는 만큼 보인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