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과시욕
이처럼 ‘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실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위해 비싼 제품을 사기도 합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베블런은 어떤 재화의 가격이 낮을수록 더 많이 팔리는 것이 일반적이나, 어떤 경우에는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부자들이 높은 가격을 주고 물품을 사서 자랑하려는 심사에서 기인한 것이며, 이를 두고 최초로 ‘과시 소비’라는 말을 창시했습니다.
제품을 파는 기업들은 소비자가 상위 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소비문화를 부러워하도록 유도합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허영심과 과시욕은 과도한 소비를 불러일으키고, ‘나는 특별하다’는 나르시시즘을 형성해 과소비의 굴레에 빠지도록 만들죠.
덕분에 명품시장은 초고가 전략과 경제적 불황에도 늘 호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미티드 에디션’과 같은, 희소성이 있어 자신의 가치를 더 빛내준다는 믿음을 주는 제품은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지요. 남들이 많이 사는 물품은 사지 않겠다며 고고한 척하는 속물적인 행동, 백로 효과(snob effort)에서 기인된 소비 양식입니다.
하지만 가격 결정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헤르만 지몬은 “최고의 제품을 내놓고 평가를 받고 싶은 욕망은 이해하지만, 소비자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해선 안 된다.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균형을 지킬 것을 조언했습니다.
고가 경쟁이 펼쳐지는 사회에서 ‘훌륭한 소비’란 무엇일까요? 물론 가격 대비 품질이 훌륭한 제품이라면 더 좋을 것이 없겠죠. 하지만 값이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기에, 자신의 소비 취향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고, 그 판단이 적절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날마다 합리적인 소비를 해나갈 때, 우리는 자신을 ‘훌륭한 소비자’라 자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